도시의 야경이란 그야말로 인공의 경치 그 자체이지만, 멀리 떨어져 마치 나는 그곳과 관계없는 존재인 양
차분히 관조하고 있자면 도시의 복잡함 처럼 내가 그곳을 보며 느끼는 감정도 쉽사리 추상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시는 의도에 따라 생겨난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의 야경은 오히려 불규칙과 우연이 짙게 공존하는 그림자로 점철되어 있다. 그래서 때에 따라서는 울적해 보이기도 하고 약간 우울에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어느때는 이름모를 신비감이 풍겨지기도 하고 좀 더 경외롭기도 하다.
특히나, 바다와 섬이 시야와 맞닿는 것들의 배경을 장식하며 간간히 번쩍이는 등대의 처연한 분위기와 함께 빽빽한 선박들의 불빛이 기계적 활달함으로 내비쳐지는,
항구도시의 야경이란 더욱 더 변증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간사와 수많은 인공 피조물의 뒤섞임이 나열되고 점층된 그런 손때묻은 풍경이라 할지라도
어느덧 몰이해한 이의 거시적 시야 앞에서 그것들의 성김은 한 낱 예쁜 전깃불들의 거대한 집합이다.
어쩌면 도시의 야경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 삶의 치부가 밤의 그윽한 어둠속에 막연히 침잠해있는 때문 일지도 모른다.
가을 깊은 밤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경외로운 저 구축된 숲을 보며 내가 잠시 움츠렸던 것은
늦은 밤 갑자기 불어온 쌀쌀한 가을바람으로부터의 비롯됨이 아닌
그 속에 어지럽게 흔들리는 나무들의 무게를 염두하였기 때문이다.
’05. 10. 14